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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늘, 정확히 10년 전 인턴십에서 HTML과 CSS의 아주 기초부터 시작하여 코딩을 처음 배웠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그 말인즉, 제가 이 일을 (코딩, 그러니까 어떤 형태로든 웹에서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는 뜻이죠.
10년이라니! 무려 10년 동안 이 별것 아닌 작은 문자들을 엮어서 별것 아닌 작은 형태를 만들고, 별것 아닌 작은 화면에 별것 아닌 작은 것들을 띄우는 일을 해왔습니다.
물론 그건 너무 축소해서 말한 거죠. 저조차도 그렇게 믿지는 않아요.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거의 딱 10년 전 처음으로 반응형 레이아웃을 만들었던 때의 마법 같은 순간이 떠오릅니다. 당시 저는 그래픽 디자인 인턴이었고 제 매니저였던 Brad가 Jon Duckett의 HTML & CSS 책[1]을 건네주었죠. (Brad는 제가 운 좋게도 학교에서 만난 강사이자, 여러 인턴십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 분입니다. Jon과 Brad에게 정말 감사합니다.)
그 당시는 반응형 웹 디자인이 비교적 초창기였던 시절로, 여전히 float을 사용해 반응형 레이아웃을 구현하던 때였습니다. Internet Explorer가 아직 큰 영향력을 발휘하던 시기였고 (대개 그 영향으로) jQuery가 JavaScript와 사실상 동의어처럼 여겨지던 때이기도 했습니다.[2]
그래서 저는 컴퓨터 앞에 앉아 지시사항대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벨트에 양파를 매단 것처럼 HTML과 CSS 책에 적혀 있는 그대로 따라 했더니 뭔가 결과물이 나왔죠. 그 시절엔 다들 그렇게 했었거든요. 그리고 머지않아 화면에서 실제로 인터랙티브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었죠.
대단한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 거의 쓸모없었죠. 단순하지만 반응형인 파란색 사각형의 그리드였는데, 마우스를 올리면 주황색으로 바뀌는 게 전부였어요.
하지만 그건 인터랙티브였어요! 그 자체만으로 정말 황홀했죠.
그 순간이 너무나도 선명해서 10년이 지난 지금도 거의 쓸모없었던 그 첫 데모를 CodePen에서 그대로 재현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해당 데모는 새 창에서 열어 크기를 조절해야 그 실망스러운 효과를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시점까지 제가 디자인하거나 만든 것들은 모두 정적이었어요. 포스터, 브로셔, 포장지, 소책자를 비롯하여 그래픽 디자인 학생으로서 하게 되는 다른 모든 프로젝트들은 하나의 특정한 크기와 형태로 세심하게 제작된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이건 실제로 인터랙팅할 수 있는 무언가였어요. 비록 그게 매우 제한적이긴 했지만요. 제 디자인은 요구되는 상황에 따라 색상이나 형태, 레이아웃을 바꿀 수 없었습니다. 항상 프린터로 보낸 단 한 가지 버전만 있을 뿐이었죠.
분명히 저는 사용자의 경험으로 웹이 인터랙티브하고 적응 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창작자로서 제가 웹이 유동적이고 적응 가능할 수 있다는 걸 처음 깨달은 순간이었죠.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그 느낌을 비유하자면 악기를 배우고 나서 처음으로 좋아하는 노래 중 한 곡을 연주할 수 있을 정도로 조금 실력이 늘었을 때의 느낌과 같았습니다.
세상이 다 제 것이 된 듯한 기분이었어요. 비록 모든 것이 얼마나 소박한지 너무나 뻔히 알고 있었지만 그 순간은 마치 록스타가 된 느낌이었죠.
몇 시간이 흐른 것처럼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냥 마우스를 상자 위에 올리고 브라우저의 가장자리를 잡아 크기를 조절하면서 새로운 창 크기에 맞춰 형태가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보았죠.
제가 HTML과 CSS를 배운 이유는 다른 무엇도 아닌 단지 제 가치를 더 높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 당시 저는 인턴십을 확실히 얻고, 결국 디자인 분야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얻고자 했죠. 모두가 코드 정도는 알면 그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거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이 분야의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이 길은 제가 처음부터 목표로 했던 길은 아니었습니다.
이게 제가 개발이라는 분야에서 좋아하는 점 중 하나입니다. 개발은 이민자들의 도시와 같다는 거죠. 이곳은 우리의 집이지만 대부분은 여기 출신이 아니에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저는 Dribbble이나 Behance 같은 사이트보다는 CodePen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두 사이트에 포트폴리오를 올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방치되었고, 결국 그것들을 살리기보다 삭제하는 게 더 쉬운 지경에 이르렀어요.)
그로 인해 오랜 시간 동안 정체성의 위기를 겪었습니다. 저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너무나 많은 노력을 해 왔고 그게 수년간 제가 원하는 전부였어요. 그 직함을 얻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죠.
그런데 이제 그게 아니라면 대체 저는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때는 절대 제 자신을 개발자라고 부르지 않았을 거예요. 웹에 대해 모두가 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으니까요. 단순히 저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좋았습니다. 그게 아무리 간단한 것이라도요. CSS를 작성하면서 스타일시트를 열어 웹사이트의 외형을 바꾸고 (때로는 기능까지도) 수정할 수 있다는 게 정말 즐거웠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처음 몇 번의 인턴십 업무에서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CSS에 깊이 몰두하며 실제로 작동하는 웹사이트에 변화를 주는 작업을 할 수 있었죠.
(맞아요. 그 시절에는 FTP를 통해 직접 파일을 수정하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원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배포된 코드와 그렇게 직접적이고 손에 잡히는 연결이 있었던 때가 그립기도 합니다. 요즘은 결과물이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접근조차 할 수 없는 파일 시스템 어딘가에 저장되고, 그 결과물을 얻기까지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하니 말이죠.)
어떤 부분에서는 이제는 더 이상 그런 기회들이 오지 않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다음 세대의 웹 개발자들은 대부분 실제 작업을 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누가 알겠어요. 어쩌면 제가 그런 말을 하는 건 이미 이 분야에서 오래된 사람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제가 그들의 나이였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느낄 때도 있으니까요.
옛날에는 부트스트랩 하나에 5센트밖에 안 했거든요.
좋은 인턴십을 얻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졸업하자마자 정규직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인 분야에서 저는 나름 성공했습니다. (Omaha라는 소도시에서) 여전히 아주 작은 존재였지만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해 학위를 따고, 정규직 디자이너로 일하며, 몇몇 주목할 만한 프로젝트와 수상 경력을 쌓기까지 불과 4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결국 저는 디자인에 대한 애정을 잃고 말았습니다.
몇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저는 디자인이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브랜딩의 일부 요소들 (특히 타이포그래피와 로고 디자인)을 여전히 애정하지만 결국 디자인은 동일한 함수를 다른 인자로 반복 호출하는 것에 불과했습니다. 탐색, 아이디어 구상, 해결책 제시. 이 과정을 사랑하지 않으면 금방 지쳐버리기 마련입니다. 특히 디자인은 자신보다 그 분야를 훨씬 덜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깎아내려지기 쉬운 분야고 급여도 낮을뿐더러 승진 가능성이 거의 없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디자인을 사랑하는 마음이야말로 이 일을 계속하는 유일한 이유인데 저는 디자인과의 관계가 점차 식어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동시에 개발은 끝없이 탐험할 수 있는 가능성의 우주처럼 보였습니다. 평생을 배워도 다 알 수 없을 것들로 가득 찬 세상 말이죠.
그중 일부를 지난 10년 동안 배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배우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중 많은 것들은 아마 결코 평생 배우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일했던 디자인 에이전시는 WordPress를 자주 사용했는데, 이로 인해 PHP를 모른다는 벽에 자주 부딪혔습니다. 그래서 에이전시를 설득해 WordPress 개발 과정을 수강할 수 있는 근처 코드 학교에 보내 달라고 했죠.
그것이 제 커리어에서 모든 것의 발판이 되었습니다. 제 역량은 급격히 성장했고 그 지식을 가지고 돌아와 에이전시에서 몇몇 개발 작업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변화가 있었습니다. 몇 달 후 저는 같은 수업을 가르치게 되었고 첫 번째 버전을 넘어서는 커리큘럼을 계속 개발하게 되었죠.
가르친 경험은 전혀 없었지만 저는 기꺼이 그 제안을 수락했습니다.
그렇기에 제 수업은 대부분 엉망이었지만 적어도 몇몇 학생들이 기술 업계에 진출해 좋은 일자리를 얻는 데 도움이 되었던 걸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너무 큰 실패를 겪지 않았기를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실패했을 때는 주로 제 자신을 탓하고, 그들이 성공했을 때는 결코 제 공로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학생들이 실패할 때는 대개 제가 그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반면 그들이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고 이 분야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을 때는 제가 한 일보다는 그들의 호기심과 끈기 덕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학생들이 있을 때는 가르치는 게 즐거웠습니다. 다행히도 대부분이 그런 시간이었죠.
아마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런 감정에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술 업계에서의 첫 일자리[3]를 Flywheel 같은 회사에서 얻을 수 있어 행운이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저와 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과소평가되고 있었는지 전혀 깨닫지 못했지만요. (이 이야기는 여러 장으로 나눌 만큼 길지만 중서부 지역 기술 회사들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스타트업의 내부 운영 방식까지, 그곳에서 배웠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던 그 경험은 드문 기회였고 그 가치를 제가 온전히 깨달은 것은 몇 년이 지난 후였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Shopify 면접을 보게 되었을 당시 이미 몇 년간 학생들 앞에서 라이브 코딩을 해왔고, 지원 역할을 맡아 제가 잘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을 직접 해결해 나가며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입니다. 여러 그룹의 사람들 앞에서 수많은 부끄러운 실수를 겪어본 덕분에 두려움이 없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을 쉽게 설명할 수 있었고, 피할 수 있는 실수는 미리 예방하는 법을, 피할 수 없는 실수는 빠르게 극복하는 법을 터득했습니다.
그곳에서 근무하던 동안 제가 아는 몇몇 사람들을 Shopify에 추천하려 했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저보다 훨씬 경력이 많은 사람들이었고, 그중 많은 이들이 제 멘토였죠. 하지만 그 누구도 면접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기술 면접 시스템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마치 조작된 카드 더미를 가지고 게임을 하듯 저는 우연히 게임의 규칙에 완전히 들어맞는 기술 조합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보스를 처치할 수 있는 완벽한 능력을 가지고 끝까지 도달한 거죠.
말했듯이... 저는 운이 좋았습니다.
처음 웹 개발자라는 직함을 얻었을 때 저는 벅차오르는 만족감에 휩싸였던 기억이 납니다.
어떤 날은 그저 의자에 앉아 터미널을 실행하는 것만으로도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정말 멋지고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죠.
지금도 그런 순간들이 있고,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흥분에 완전히 몰입하는 날들도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설렘과 낙관적인 시각이 조금씩 사라진 것도 사실입니다.
기술 업계에는 이런 클리셰가 있습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면 더는 기술과 엮이고 싶지 않아 지고, 목공이나 바비큐 또는 정원 가꾸기 같은 취미를 시작하여 컴퓨터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숲 속에서 자급자족하며 살 계획을 세운다는 거죠.
저는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그런 마음가짐을 조금씩 더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가게를 열거나 양조장을 차리는 상상을 하곤 합니다. (물론 환상적인 웹사이트를 갖춘 양조장이겠죠.)
가끔은 잔디 깎기나 벽 쌓기처럼 시작과 끝이 분명히 정해져 있고, 퇴근 후에도 따라붙거나 주말에 슬랙으로 연락해 올 일이 없는 단순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그런 노동의 단순함 속에 무언가 좋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어디에선가 잃어버린 무언가 말이죠.
물론 이게 얼마나 특권 의식에 젖은 생각인지 잘 압니다. 제 쪽의 잔디가 훨씬 더 푸르다는 것도요.
그래도 말입니다.
여전히 저는 웹 개발이라는 분야 전체를 사랑하지만 요즘은 그 주위의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개발이 사람을 어떻게 소모시키는지, 웹에서 무언가를 만들면서 겪는 일상의 조직적 잡음이 창작의 즐거움을 어떻게 서서히 앗아가는지 직접 보고 경험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저는 여전히 운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전히 매일 아주 멋진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반짝임이 조금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이 일을 사랑해요. 예전만큼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그저 재미로 이 일을 할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모든 것이 엉망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또 10년 후 웹이 어떻게 변할지 기대가 됩니다.
정작 책 자체의 웹사이트는 아이러니하게도 반응형이 아니네요. 화면 너비가 940px로 고정되어 있습니다.
그 시절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여기 CodePen을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그때에 비해 웹이 정말 크게 발전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될 겁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술 업계에서의 제 첫 일자리는 America Online의 콜센터 직원이었지만 그 시절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갈 필요는 없겠죠.